LG경제연구원 ‘‘시장화 초기’ 위안화환율 변동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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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6-01-17 15:42
서울--(뉴스와이어)--최근 중국 주가와 환율이 불안한 양상이다. 올 들어 14일까지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14.2% 떨어졌고,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1.5% 하락했다. 새해 첫 영업일 4일에는 시장 예상치에 다소 못 미치는 차이신(财新)PMI 수치와 상장기업 대주주 보유 물량 처분 금지 해제 루머가 투매 장세를 불러왔다. 7일과 11일엔 각각 위안화 가치 급락(7일)과 제조업 경기 부진 지속을 시사한 물가지수 발표(11일)가 폭락장을 낳았다.

주가나 환율이 움직인 방향 자체는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당초의 지배적인 전망과 일치했다. 문제는 재료의 강도에 비해 주가나 위안화 가치의 낙폭이 과도했다는 점이다. PMI가 컨센서스에 미달하고 도소매 물가가 여전히 높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줬지만, 그것들은 새로운 뉴스라기보다 기존 전망을 확인시켜주는 정도의 정보였다. 이 정도 재료에 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을 보면 투자자들이 악재에 과민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시장제도 운영 미숙이 시장 상황을 극단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증권감독 당국이 4일 처음으로 도입했다가 불과 나흘 만에 거둬들인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제도는 너무 쉽게 발령되고 냉각시간은 너무 짧은데다 두 번째 발령으로 거래를 완전 중단시킴으로써 그러잖아도 잔뜩 겁을 집어먹고 양떼처럼 몰려다니던 투자자들을 투매의 회오리 속으로 던져넣었다.

새해 벽두 중국 금융시장의 혼란상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금융시장의 생리에 어두운 당국과 투자 경험과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눈치로 사고 파는 투자자들에서 드러난 인적 인프라의 취약성이었다. 물론, 중국 실물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주가나 환율 움직임이 아직 지표로 드러나지 않은 이런 흐름을 반영했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앞으로 중국 실물경기를 악화시키고,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연초에 극심한 동조성을 보였던 한국, 일본, 미국 등 주요국들의 주가가 점차 중국 주가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서 드러나듯이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연말 이후 위안화 환율은 ‘중국 경제의 거울’로 기능

주가와 통화 가치가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풀 때는 도리어 통화 가치 하락에 주가 상승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통화 가치와 주가가 동시에 빠지는 가장 전형적인 상황은 해당국의 경제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뀔 때다.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되면 기업 가치가 줄어들어 주가가 떨어지고, 동시에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해당국 통화의 값어치 역시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연말 이후 중국에선 바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가 보장하는 상승장세’(国家牛市)가 작년 6월 허망하게 막을 내린 후 중국 투자자들이 6개월여간의 탐색 끝에 찾아낸 투자의 준거가 환율이었다. 거시지표들이 경제 현실을 제대로 비춰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투자자들이나 발 빠른 중국 투자자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자본이동과 그에 따른 외화자산의 규모 변화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때마침 중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줄이고 환율 결정의 ‘시장화’를 본격 추진함에 따라, 자본이동의 방향과 강도를 시시각각 반영하는 위안화 환율이 ‘중국 경제의 거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자본유출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흐름이 뚜렷해진 2012년경 핫머니 유출로부터 시작되었다. 위안화 자산을 팔고 떠나는 외국자본이 크게 늘어났으며,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 2014년 사상 처음으로 대외투자(ODI)가 중국으로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을 상회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위안화 평가절하 예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해외차입 상환과 외화예금 해외인출에 따른 자본유출이 급증했다. 중국 내에서는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일반개인들이 연간 5만달러의 환전 한도 내에서 달러화를 적극 사들이면서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이 급격히 높아졌다.

해외 자본유출과 민간 외화보유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빠르게 감소했다. 2014년 6월 3조 9,932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외환보유고는 작년 말 현재 3조 3,303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미국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다른 통화로 표시된 외화자산에서 평가손실이 크게 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설명이었다. 중국 민간의 외화 보유가 늘어난 탓도 있는데, 이것은 중국 안에 머물러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규모가 계속 줄어들자,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 중국에서도 외환보유고에 대한 걱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외환보유고 급감이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서 비롯한 ‘중국 매도’(위안화 및 위안화 표시 자산 기피)를 의미한다면, 앞으로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는 위안화 가치 폭락 사태에 대응할 실탄이 충분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근거가 있다. 대외준비자산(외환보유고, 황금, SDR, 기타자산 등으로 구성)이 부족할 경우 외채위기나 외환위기는 면한다 하더라도 경착륙 수준의 경제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을 적용할 때, 안정적인 대외지급 능력 확보에 필요한 중국의 대외준비자산 규모는 작년 말 현재 1조6,000억 달러(고정환율제)~2조9,000억 달러(변동환율제)로 추산된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현재로선 문제가 없지만, 최근 속도로 계속 빠진다면 안심만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서툰 ‘시장화’ 과정에서 위안화 환율 변동성 커져

중국은 국제통화체제에서 위안화의 위상과 역할을 키우는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작년 11월 30일(현지시간) IMF가 올해 10월부터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의미 있는 이정표였다. 중국은 위안화의 SDR 바스켓 진입을 위해 IMF의 요구에 부응해 위안화 가치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시스템 정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이 그대로 환율에 반영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환율 결정 시장화 추진의 타이밍과 그 방식이 문제가 되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위안화 평가절하 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던 작년 8월 11일 이른바 ‘8.11 환율 개혁’이 단행되었다. 종전에는 정부가 임의로 결정해왔던 위안화 중간가격을 직전 거래일 거래 마감 후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주요 은행들이 통보하는 다음날 균형환율 전망치를 가중평균하여 정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2014년 이후 최저치와 최고치의 변동 폭이 1% 미만에 그쳤던 위안-달러 기준가격은 이날 하루만에 2% 가까이 인상되었다. 균형가격이 시장환율을 가이드하지 않고 도리어 시장환율을 추종하는 방향으로 바뀌자 시장환율은 전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위안-달러 환율이 상승일변도로 방향을 트는 데는 12월 11일 “위안화 가치 결정에 있어 달러화와의 연계를 줄이겠다”는 중국 외환당국의 발표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그 타이밍이 의미심장하다. 위안화가 SDR 통화 바스켓에 들어간 직후이자, 9년 반 만에 단행된 미국 금리 인상(12월 17일) 직전이었다.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들어가 국제적인 통화가 된 이상 달러화와의 연계 탈피에 대한 명분이 확보된 상황이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와의 연계가 풀리자마자 상당 폭 하락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위안화를 평가절하시켜 수출을 살리고 싶었다면 명분과 실리를 한꺼번에 챙길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문제는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위안화 매도, 달러화 매입)이 너무나 뻔한 상황에서, 과도한 베팅을 예방하고 투기적 거래를 줄일 수 있는 사전적 및 사후적 규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너무 급작스럽게 손을 뗐다는 점이다.

투기꾼들이 이런 호기를 놓칠 리가 없다. 홍콩역외시장 위안-달러 환율이 급등해 역내외 환율 갭이 사상 최대수준으로 벌어짐으로써 실물교역을 매개로 홍콩에서 달러를 팔고 중국에서 달러를 사는 방식의 차익거래 기회가 생겨나면서 역외환율이 역내환율을 끌어올리는 메커니즘이 형성되었다. 중국 외환당국은 연초에 중간가격을 전날 종가에 비해 높게 제시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적절한 개입 타이밍을 고르기 전에 시장 매도 압력을 가늠해본 것이다’, ‘중국 정부도 수출 기업 지원을 위해 강력한 위안화 평가절하를 원한다’는 등 갖가지 해석이 있었으나, 어느 쪽이든 위안화 가치 폭락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위안화 평가절하의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진 상황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작년 12월 수출액은 위안화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2.3% 증가해, 월별로 보면 2월 다음으로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 기준으로는 1.4% 하락했으나, 2월과 6월 다음으로 하락 폭이 작았다. 이처럼 비교적 양호한 수출 실적이 작년 4분기에 이뤄진 위안화 평가절하의 효과인지는 불분명하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작년 11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하락 폭은 극심한 자본유출에 시달렸던 다른 신흥국들의 통화는 물론 한국 원화보다도 작았다.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대다수 국가들에 비해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국의 12월 수출 실적 회복은 환율 요인으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역내외 환율 격차를 이용한 무위험 차익거래와 관련 있는 수출이 많이 늘었을 수도 있다. 일례로, 홍콩으로 제품을 수출해 받은 달러를 현지에서 위안화로 바꾼 뒤 중국 내 위안화 계좌로 송금한 뒤 달러로 환전하는 식이다.

수출 실적 개선 뉴스가 전해졌는데도 13일 중국 주가가 2% 넘게 하락한 데서 시장의 냉정한 판단이 읽혀진다. 위안화 평가절하의 의미와 그 영향은 작년 연말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수출을 늘리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해졌다는 증거로 해석되어 자본유출을 부추기고 주가를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시그널로서의 역할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앞으로 중국 정부가 이러한 부정적인 대가를 무릅쓰고 공격적인 평가절하에 나설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중국 정부는 경착륙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업 구조조정과 경제구조 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더 떨어지기 전에 수술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다. 지금 상황에서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는 자본유출을 가속화하고, 해외 채권자들의 채무 상환 요구를 강화하여 중국 기업들의 디레버리징 및 구조조정을 가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구조조정과 개혁 추진이 자칫 판 자체를 깰 수도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로 ‘환율전쟁’이라는 위험한 수단을 선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평가절하 추세 이어지고 환율 변동성커질 전망

중국의 중장기 국정 목표는 신창타이(新常态)로의 순조로운 이행이다. 과거보다 한 단계 낮지만 지속가능성 있는 성장률과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경제 구조 및 체질이 신창타이의 모습이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한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가 경제구조 면에서 ‘내수 주도 경제’, 산업 측면에선 ‘제조강국’, 통화금융 측면에서는 ‘위안화 국제화’이다. 지금은 과도기이자 이행기의 한복판이다.

내수 주도 경제 전환과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장기적으로 완만하게 절상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런데, 경제 구조나 체질 전환의 첫 번째 수순인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완만한 평가절하가 바람직하다. 구조조정 과정에 수반되기 마련인 성장 둔화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평가절하는 경제 체력이 구조조정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다는 시그널을 주고 구조조정과 개혁에 대한 회의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실망감을 키우고 시장에 ‘중국 매도’ 시그널을 주고 있는 지금, 중국 정부의 급선무는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만연해 있는 패닉 및 투기 심리를 제어하는 일이다. 가장 먼저 손을 써야 하는 것이 외환시장이다. 규제나 창구지도를 강화해 거주자들의 위안화 매도 및 달러 매입 수요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위안-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주도하고 있는 홍콩 역외시장의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해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국책은행 홍콩지점들을 동원해 홍콩 외환시장에서 대량 달러 매도 및 위안화 매입 거래에 나서 역외 위안-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한 풀 꺾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거래는 홍콩 자금시장에서 위안화 유동성을 축소시켜 위안화 차입금리를 밀어올림으로써 최근 위안화를 대량으로 공매도해 왔던 투기세력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중국 경제의 체력과 구조조정의 진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기간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기는 쉽지 않으며, 또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역내외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나 개입을 장기간 지속하다가는 자칫 규제나 개입에 대한 내성을 키워주고 실탄만 낭비하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정부는 6월 이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10월 위안화의 SDR 편입 등 올해 예정된 중대한 이벤트들을 고려하여 시장 심리를 읽고 시장 리듬에 따라 개입 타이밍과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체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구조조정과 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가급적 빨리 외환시장을 안정시켜 국내 경제정책 운용의 자유도를 제고시키고자 할 것이다. 대외균형을 시장 메커니즘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면 상당한 정책 자율성을 갖고 내부 국정과제들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이런 역할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기간 고비 때마다 환율 결정이나 자본이동에 대한 짧지만 강력한 개입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갖가지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개혁과 구조조정 작업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전까지 위안-달러 환율의 상승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환율 변동성이 상당히 높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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