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의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면적, 본격적’

뉴스 제공
LG경제연구원
2015-04-05 12:18
서울--(뉴스와이어)--올해 들어 중국 내부에서 ‘중국 제조업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제조업 위기’는 2011년 이후 ‘무더기 기업 도산’(倒闭潮)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핫이슈로 떠오르곤 했다. 이번에는 지난 연말연초에 잇달아 터진 광둥(广东), 저장(浙江) 지역 중견 전자업체들의 연쇄도산이 발단이 됐다. 작년 12월 5일 저장 성 쑤저우(苏州)시의 휴대폰 부품업체 롄젠커지(联建科技)와 이 회사의 협력업체 완스다(万事达)와 롄성(联胜)의 도산, 12월 23일 광둥 성 둥관(东莞)시의 디스플레이 부품업체 아오쓰루이더스푸(奥思睿德世浦电子科技) 사장의 야반도주, 올 1월 3일 둥관지역 휴대폰 OEM 업체인 자오신퉁쉰(兆信通讯)의 파산과 사장 자살 등 우울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춘제 직전 일본계 유명 시계 브랜드 시티즌(CITIZEN)이 광저우(广州) 생산법인을 청산한 데 이어, 춘제 직후 MS가 2년 전 노키아로부터 넘겨받은 둥관과 베이징 두 곳의 공장 문을 닫고 직원 9000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밝히자 ‘글로벌 생산기지’ 중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신발, 잡화 등 노동집약적 수출 경공업에서 기업 도산이나 공장 해외이전은 금융위기 직후 시작된 일이지만, 시계,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 기업들의 연쇄도산은 최근의 일이다. 광둥 성 둥관과 저장 성 원저우(温州) 등 과거 중국 OEM 전자산업의 황금기를 상징하던 지역에서는 “올해에 2008년 못지않은 연쇄도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전반적인 제조업 경기 부진이 6개월 이상 이어지고 과잉설비 도태, 한계기업 퇴출 등 구조조정 작업에서 이렇다 할 진척이 보이지 않자 위기감은 전자산업을 넘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는 어느덧 ‘샌드위치론’까지 회자되고 있다. 고(高)기술 제품에선 미국, 일본, 한국에 밀리고, 저(低)기술 영역에선 인도, 베트남 같은 후발국에쫓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8년 전 한국에서 유행한 샌드위치론의 원인을 제공했던 중국 자신이 샌드위치 신세를 한탄하게 된 것이다.

과거 30여년 간의 성장방식에서 배태된 ‘위기’

중국 제조업 위기는 근본적으로는 노동력과 자본의 집약적 이용을 통해 성장률을 높여온 지난 30여년 간의 경제성장 방식에서 배태되었다. 위기는 고속성장의 불가피한 대가인 셈이다.

첫째, 과거 중국 상품의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저임 노동력의 ‘무제한’ 공급이 인구구조 변화와 도시화의 빠른 진전으로 인해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도시화가 빠르게 이루어져, 개혁개방 원년인 1978년 17.9%였던 도시화율이 연평균 1.02%p씩 높아져 2014년 54.8%로 상승했다. 두 가지 요인으로 농촌에서 공급되는 저임 노동력 풀(pool)이 줄어들면서 도시 고용시장에서는 2011년 이후 수요(일자리)가 공급(구직자)보다 많은 구조가 정착되었고, 그 결과 자연히 임금이 빠르게 올랐다. 중국 제조업 평균임금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3.7%올라 인도(약 9%· 뭄바이 면직공장 근로자 기준)나 인도네시아(11.6%)보다 상승 폭이 컸다. 중국의 최저임금은 2008년 인도네시아의 1.3배에서 2014년 1.8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지(紙)가 공장근로자 하루 평균 수입을 비교해본 결과, 중국이 인도네시아의 3배, 베트남의 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직접 겪어본 바로는, 중국 현장근로자 임금은 싱가포르를 제외한 모든 동남아 국가들보다 높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사무직과 관리직의 임금이다. 중국의 관리직 임금은 타이완 수준과 비슷하고, 중간 관리자 임금은 일본 수준을 넘어섰으며, 고급 인재들에 대한 보수 수준은 이미 미국 수준에 접근했다.” 유명 가전업체 메이디(美的)그룹 팡훙보(方洪波) 회장의 진단이다.

중국 내 노동집약적 기업들로선 앉아서 파산을 기다리거나, 저임금 근로자들을 찾아 중국 서부지역이나 동남아 등 저개발국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둘째, 중국은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수출 경공업 육성과 함께 자본집약적 중화학공업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1950년대에 ‘강철 생산량에서 15년 내 영국 추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대적으로 중화학공업을 키운 대약진(大跃进) 시기의 유산이 토대가 되었고, 그 위에 국유은행들을 통한 일사불란한 정책자금 지원과 중화학공업 제품을 무한정 흡수해준 대대적인 인프라 및 설비 투자가 결합되면서 비효율적이고 낙후한 국유 중화학공업 기업들이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왔다. 하지만 부동산, 가전, 자동차, IT 등 전방산업의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는 반면, 시장논리에 의거한 구조조정이나 설비 현대화가 계속 지연되면서 만성적인 생산능력 과잉 상황에 처하게 됐다. 2012년 기준 20여개 산업이 구조적인 과잉설비를 안고 있는 것으로 공식 진단을 받았다. 과잉 설비는 웬만한 수요 회복으로는 투자가 실행되지 못하게 하고 국가경제 차원의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중국 경제의 늪이자, 환경오염과 에너지 낭비 같은 사회문제를 키우는 문제아가 되고 있다.

한국, 일본, 미국도 비슷한 경험 있어

오늘날 중국 제조업 상황은 한국이나 일본, 미국 등이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서너 차례씩 거쳤던 제조업 전환기를 연상시킨다. 이들 국가는 저개발 단계에서 출발해 현재의 중국보다 높은 발전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시장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른 산업의 생산능력을 줄이고 전도가 불투명한 신생산업의 생산능력을 과감히 늘리는 고통스럽고 모험적인 과정을 주기적으로 겪으면서 일련의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한국의 경우 1969~1972년 이른바 ‘차관기업’(석유화학, 제철, 자동차, 방직 등) 부실화, 1979~1981년 자동차, 발전설비, 건설중장비, 석탄, 조선 등 중화학공업 부실화, 1980년대 중반 비료, 해운, 해외건설업 등의 생산능력 과잉,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철강,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설비과잉 등 대체로 10년 간격으로 기업 부실화 위기를 겪었다. 직전까지 한국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산업에서 추가적인 시장 성장이 둔화하면서 설비가 과잉 상태에 빠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러한 위기를 ‘산업 합리화’, ‘부실기업 정리’, ‘구조조정’ 등을 통해 벗어났는데, 부실화된 기업을 매각, 파산, ‘사업교환’ 등 방식으로 처리해 국가경제의 생산능력을 줄이고 성장산업 위주로 자원을 재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일본의 경우 중화학공업과 기계, 전자, 자동차 등 일본 제조업 신화의 주역이었던 산업들에서 주기적으로 생산능력 과잉 위기에 봉착했으나, 주로 해외수출 확대와 설비 해외이전을 통해 제조업 조로(早老) 위기를 헤쳐나갔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 철강, 석탄, 화공, 자동차 산업의 설비과잉 위기와 2000년대 초반 전자 및 정보통신 산업의 버블 위기를 낙후설비 도태와 구조조정, 서비스업과 첨단기술 산업 육성 등 과감한 정책 대응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

중국의 위기감이 유난히 심각한 이유

이렇게 일종의 성장통(成長痛)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나 업계의 위기감은 의외로 심각하다. 무엇보다, 산업구조 상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장기간 호시절을 보내다 보니, 여러 문제들이 누적되어 풀어야 할 과제의 무게가 과거 한국이나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례로, 생산능력 과잉 문제는 2000년대 초부터 제기되었으나, 고성장이 지속되자 차일피일 해결을 미루는 사이 문제가 더욱 악화되었고 10년도 넘은 2010년이 돼서야 리스트가 작성되고 해결방향이 제시되었다.

또 한 가지, 뒤늦게나마 중앙정부가 손을 대기 시작했으나 뿌리깊은 ‘성장 지상주의’ 도그마로 인해 지방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못했다. 내전과 다름없는 10년간의 문화혁명(1966~1976년)이 끝남과 동시에 정권을 잡은 개혁세력들은 개혁개방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는 것으로 집권의 정당성을 증명하고자 했다. 동부연해 지방정부들을 부추겨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고 풍부한 저임 노동력과 결합시킴으로써 가난의 악순환 고리를 끊었고, 농촌에서 동부 도시의 공업지대로 파도처럼 몰려드는 농촌 인력들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경제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성장률이 지방정부 공무원들에 대한 유일한 인사고과 기준으로 굳어졌다.

‘성장률 이외에 다른 것도 보겠다’고 중앙정부가 몇 차례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 지상주의’는 지금도 위세를 떨치면서 산업 구조조정과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성장률과 고용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 관할지역 내 공장의 이전이나 외자 철수를 방해하고, 낙후과잉설비 도태 지시에 눈을 감는 지방정부의 행태가 여전히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방정부들은 마지못해 과잉설비 도태 목표량을 채우는 척하면서 뒤로는 그 몇 배나 되는 신규 설비 증설을 허용함으로써 과잉 설비 규모가 되려 증가하는 상황을 조장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약해진 건 아니다

전통적인 비교우위 부문에서 임금 경쟁력이 약해졌지만, 종합적인 제조 경쟁력 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제품 하나 당 임금비용은 인건비 이외에 교육수준, 근로윤리 등에 좌우되는 노동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또 제품 단가는 임금비용 이외에 제조 인프라의 발달 정도와 관련이 깊은 물류 비용, 시장 개방과 국제화 수준에 달려 있는 관세, 통관수수료 같은 수출입 비용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매킨지에 따르면, 2007~2012년 중국의 노동생산성은 11% 향상되었고, 태국은 8%, 인도네시아는 7% 개선되는데 그쳤다.

중국의 수출입비용은 아세안(ASEAN) 국가들보다 24% 낮으며, 통관절차 소요시간은 40%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제품 단가가 아니라, 단가와 고객가치(디

자인, 품질, 고객체험 등) 간의 비교를 통해 나타나는 가성비(價性比)이다. 중국은 노동생산성 개선 여지가 적고 임금비용 비중이 큰 신발, 잡화 등 일부 경공업 영역에서 경쟁력이 약해졌지만, 임금비용 비중이 낮거나 품질 및 디자인 차별화 여지가 큰 경공업 제품군에서는 여전히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의류제품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2.6%에서 2013년 43.1%로 상승했다.

조립공장을 저개발국에 빼앗기는 대신 소재나 부품 영역에서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중국 본토 기업들이 중국 수출품의 가치에 기여하는 부분은 1990년대 중반 40% 수준에서 최근 약 65%로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바깥으로 공장을 옮긴 세트업체들에 중국 기업들이 부품이나 소재를 공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교우위 영역의 재조정에 힘입어 제조업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05년 9.5%에서 2013년 18.5%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중국 제조업에 대해 ‘위기’ 운운하는 것은 엄살이 아닌가 의심이 들만도 하다. 하지만 기존 구도에서는 그럭저럭 잘 버뎌왔으나, 글로벌 산업 지형에서 커다란 변화가 진행될 앞으로가 문제라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성숙 단계에 이른 전통 제조산업들이 인터넷 및 정보통신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모색이 시작되었고, 차세대 IT, 신에너지자동차, 첨단장비 등 미래산업 영역에서 국가 간 주도권 다툼이 본격 점화되었다. 그런데 중국은 과거 유산(과잉 생산능력)에 발목이 잡혀있고 미래산업 산업화 역량은 턱없이 밀리고 있다. ‘어떻게 이 난관을 돌파하고 ‘커브 길에서 추월하기’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가 중국의 고민인 것이다. 산업 구도의 변화 방향에 맞는 제조업 경쟁력 제고는 중국 경제가 중고속성장 단계 안착을 목표로 하는 신창타이(新常态)로 가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첫 번째 도전과제라 할 수 있다.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의 업그레이드 전략

중국 정부는 지난 3년간 제조강국 진입 전략을 구상해왔다. 가장 먼저 장기비전을 설정했는데, 앞으로 10년(2015~2025년) 안에 전세계 제조업 ‘2부리그’에 들어가고, 그 다음 10년(2025~2035년)엔 ‘1부리그’에 진입한 뒤, 신중국 수립 100주년(2049년)을 앞둔 세 번째 10년 기간(2035~2045년)에 1부리그의 선두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3단계 제조강국 이행 전략의 첫 단계에 대한 로드맵이 올 3월 말 ‘중국 제조 2025’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었으며,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 제조 2025’는 독일의 ‘공업 4.0’을 모델로 수립되었으나, 중국 제조업 특유의 발전경로와 복잡다기한 현안 이슈들을 고려해 독일처럼 제조기술 혁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히기보다는 제조업 업그레이드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 전략산업을 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 발전단계를 ▷증기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이용한 ‘공업 1.0’ ▷전기를 이용한 공장제 대량생산 시대인 ‘공업 2.0’ ▷전자정보기술을 활용해 생산자동화를 실현한 ‘공업 3.0’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기반의 스마트 공장으로 상징되는 ‘공업4.0’ 등 네 단계로 나눌 때, 중국은 전반적으로 ‘2.0’에서 ‘3.0’로 이행하는 단계에 있다.

개별기업들은 저수준의 2.0부터 고수준의 3.0까지 매우 폭넓은 범위에 분포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유형의 과제들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발전단계별 또는 유형별로 맞춤형 접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통산업 가운데 생산능력이 과잉인 부문은 정리, 합병 등의 방식으로 도태시키는 게 급선무다. 임금 코스트에 있어 비용 우위가 사라진 기업들은 중서부 지역이나 해외로 시급히 이전시켜야 한다. 국가대표급 우량기업들은 시장과 기술, 브랜드 확보를 통해 글로벌 강자 지위로 올라서는 게 과제다. 중국 경제의 공룡이랄 수 있는 국유기업들을 민영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제는 더 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아울러 오늘날 국가간 제조업 업그레이드 경쟁의 핵심요처로 부상한 인터넷 기술의 산업적 응용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공통적으로 미래산업으로 꼽고 있는 분야에서 잠재적 비교우위가 있는 개별산업을 조기선정, 육성해 제조강국 도약의 지렛대로 삼는 것도 긴요하다. 나아가 제조업 전환 및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그 동안에는 이처럼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각각의 발생 시점과 전개양상에 따라 개별적으로 마련되고 시행되어왔다. 올해는 다르다. 여러 이슈들이 하나의 큰 틀 안에서 논의되고 주요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3월 양회에서 ‘중국 제조 2025’와 ‘인터넷+’ 전략이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을 빌어 처음 공개되었고, 수년간 공을 들인 일대일로(一带一路) 구상이 구체화되었다. 국유기업 개혁 방안이 이르면 올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올해는 중국 산업 구조조정과 제조업 업그레이드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 성장동력산업: 전략성 신흥산업에서 ‘중국 제조 2025’ 10대 영역으로

‘중국 제조 2025’ 규획(规划)은 제조업의 특정 분야가 아닌 제조업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이라는 점과 5년 단위로 수립된 과거의 규획들과 달리 10년 앞을 내다본 규획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조업 전반에 대해 톱다운 방식의 전략적인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한편,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모양새다.

이 규획의 하이라이트는 차세대 IT기술, 첨단 CNC 공작기계 및 로봇, 우주항공장비, 해양공정 장비 및 고기술 선박, 선진 궤도교통 장비,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장비, 신소재, 생물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농업 기계장비 등 10대 영역을 중점 육성하겠다는 부분이다. 2010년 공식 선정, 발표된 7대 ‘전략성 신흥산업’ 육성 계획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 전략성 신흥산업 목록 가운데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신에너지 등 2개 분야가 제외되었다. 전자는 산업화 및 규모화가 너무 느리고, 후자는 태양광발전에서 보듯 성장 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산업이다. 둘째, 이번 10대 영역은 그간의 전략적 신흥산업 육성 성과와 최근 부각된 현안 이슈들을 고려해 육성 분야를 한층 더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예를 들어 전략성 신흥산업 중 한 가지 영역이었던 첨단장비 제조는 이번에 로봇, 우주항공 장비, 해양공정 설비, 궤도교통 장비, 농기계 장비 등으로 세분되었다. 특히 급속한 도시화에 따라 국지적으로 인력이 부족해진 농촌 현실을 반영해 농업기계 장비가 추가되고, 지정학적 갈등이 재연될 개연성에 대비해 공중이나 해상 방위에 응용될 수 있는 장비 분야를 중시한 점이 주목된다.

‘중국 제조 2025’는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 강화 추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둘러 제조업 재(再)공업화를 추진해 선진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으며, 독일은 ‘독일 2020 첨단기술 전략’(2010년)과 ‘공업 4.0’(2012년)을 통해 최근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제조공장의 스마트화 구상을 펼쳐 보였다. 영국(‘영국 제조 2050’·2013년), 인도(‘Make in India’·2014년), 일본(‘기술전략도 2013’) 등도 뒤질세라 나름의 제조업 업그레이드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흐름은 일종의 제조업 패권경쟁의 초기 양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면면을 보면, 목표 수준과 방법론이 제각각인데다, 대부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상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장기 계획들이다. 현란한 캐치프레이즈들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장기 저성장 및 저고용 추세에 대한 대응으로 일부 선진국들이 주도한 이른바 ‘제조업의 재발견’이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 제조 2025’에는 ‘제조업 패권을 빼앗아오겠다’는 낭만적인 꿈보다는 제조 강국들, 특히 독일이 주도하는 공업 4.0 국면 초기에 이들과의 격차가 더 이상 벌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수세적인 고려가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첨단 장비제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입관세 인하, 외자 유치 등 많은 공을 들였지만, 선진국들의 기술보호주의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나서야 하는 실정인데, 이런 고민이 이번 규획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2) 인터넷과 전통산업의 결합(‘인터넷+’)

요즘 중국 언론과 인터넷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말이 ‘인터넷+’(互联网+)이다. 3월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처음 제기한 ‘인터넷+’란 인터넷 기술, 특히 모바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같은 최신기술들을 기존산업에 접목시켜 기존산업의 효율과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인터넷+판매=전자상거래, 인터넷+금융=핀테크, 인터넷+공업=공업인터넷 등인데,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변화가 야기되는 경우가 더 높게 평가된다. 기존산업에 인터넷 기술이 성공적으로 적용되면 생산비용 감소, 고객 통점(痛點) 즉시 파악/대응을 통한 맞춤형 제품/서비스 제공, 나아가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인터넷+’를 ‘인터넷 1.0’에서 ‘인터넷 2.0’로 넘어가는 가교로 이해하고 있다. 접속자 수를 늘려 배너 광고의 단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뒀던 1.0 시대와 달리 클라우드, 빅데이터, O2O 등을 활용해 모든 사람들을 잠재고객으로 만들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리를 좁혀 각 산업이 고유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더 많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가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특히 중시하는 것이 인터넷과 제조업의 결합, 즉 ‘제조업의 스마트화’다. 제조업의 스마트화란 인간과 비슷한 정도의 고도 지능을 갖춘 제조업 생태계를 형성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 생태계에서 센서는 감각기관(청각, 시각, 촉각)의 역할을 하고, IoT는 감각신경,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는 중추신경처럼 기능하고, 스마트 장비나 로봇, 자동화 시스템 등은 사람 몸에서 손발이 하는 일을 한다.

중국 정부는 올해 중 스마트 공장, 스마트 물류 등 6개 분야에서 30개의 스마트 제조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운영비용 20% 감축, 상품 개발/제조 기간 20% 단축, 생산효율 20% 제고, 제품 불량비율 10% 감축, 에너지 이용률(기업의 에너지 소비총량/기업이 공급받는 에너지 총량) 4% 제고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조강국들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전력, 에너지, 철도 등 부문에서 초보적인 형태의 공업인터넷화가 이미 추진되고 있으며, 하이얼(海尔), 창훙(长虹), 메이디(美的), 거란스(格兰斯), AUX, 선양지촹(沈阳机床)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은 최근 잇달아 제조현장 스마트화 추진을 선언했다.

공업인터넷 도입의 현실적인 동기는 나날이 높아지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가전기업 메이디의 경우 공업인터넷 적용을 통해 현재 매출 1400억 위안, 직원 12만명의 구조를 향후 3년 뒤 매출 2,000억 위안, 직원 9만명 구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인터넷+’는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종 불문하고 “‘인터넷+’를 한다”는 공시를 내서 주가를 띄우는 기업이 급증하고, 자영업자들이 정부 보조금을 기대하고 뒤늦게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지방정부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뛰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허난(河南)성 정부는 텅쉰(腾讯), 폭스콘, 허셰(和谐)그룹 등과 손잡고 성회(省会·성의 행정중심지)인 정저우(郑州)시에 인터넷자동차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지린(吉林)성은 아리바바(阿里巴巴)와 합작하여 쌀 전자상거래를 추진하기로 했고, 부동산 경기 급랭의 직격탄을 맞았던 네이멍구(内蒙古)의 얼두어쓰(鄂尔多斯)시는 인터넷 금융에 손을 댈 태세다.

지방정부들이 과거 부동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인터넷에서 성장률 높이기 경쟁을 재개한다면 태양광발전의 경우처럼 관련산업이 조기에 버블로 치닫는 위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3) 국유기업 개혁

작년 말 현재 전체 공업기업 총수의 5%에 불과한 중국 국유기업들은 전체 공업기업자산의 38%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23.4%, 경상이익 비중은 21.6%에 그치는 등 큰 덩치에 비해 수익창출 능력은 약하다. 경상이익률, 영업이익률, ROA 등 수익성 지표들을 살펴보면 2007~2008년을 고비로 민영기업에 뒤처지기 시작했고,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 노력은 개혁개방 이후 지속되어왔다. 국유기업 개혁은 과거 사회주의 방식의 경제운영에서 화수분이자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국유기업들을 점진적으로 민영기업과 비슷한 독립적인 기업들로 변형시키고 시장 요소들을 주입함으로써 경영효율을 높이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 3년간 ‘8% 성장률 유지’(保八)라는 최우선 국정과제를 국유기업이 주도하면서 그간의 개혁 성과는 수포로 돌아갔다. 국유기업 독점영역에 대한 진입장벽이 또 다시 높아졌고, 국유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부동산 투기를 재개했다.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안이한 경영으로 민영기업 대비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했다.

2013년 제18기 3중전회의 <개혁 전면심화 결정>으로 시작된 국유기업 개혁의 다섯 번째 단계는 국유기업의 체질 개선과 역할 재조정을 두 축으로 하여 진행되고 있다.

첫째, 체질 개선 작업은 민영화 및 시장화 본격 추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미 2013년 7월 1차 시범사업 추진 대상 기업이 6곳 선정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주식 상장을 통한 자산 증권화, 동일업종의 국유기업간 합병을 통한 경쟁력 제고,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한 ‘혼합소유제’로의 개편, 기업 운영 시스템 개선(이사회 기능 강화, 고위직 임원 스카우트, 스톡옵션 및 종업원지주제 도입) 등이 추진된다.

시범사업의 첫 단추는 이미 꿰어진 상태다. 시노펙(中石化)이 혼합소유제 전환을 위해 작년 2월 판매사업(주유소) 부문의 지분을 25개 업체에 매각했고, 페트로차이나(中国石油)는 작년 5월 산하동부파이프공사의 지분 100% 매각 스케줄을 공표했다. 중국 고속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해온 중궈난처(中国南车)와 중궈베이처(中国北车)는 해외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작년 10월 말 합병을 결의했다. 지방정부들도 호응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20여 곳이 산하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중앙정부는 5단계 국유기업 개혁 로드맵을 올 상반기에 발표하고 2차 시범 대상 기업 명단을 하반기에 확정, 공개할 계획이다.

둘째, 역할 재조정 작업은 국유기업 사업영역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성격에 따라 접근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쟁 영역에서는 퇴출이 원칙이며, 국가안보 관련 산업이나 지주산업, 첨단기술산업 영역에선 국유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배력을 높인다. 교육, 의료, SOC, 공공서비스 등 공공정책 영역에서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공익 목표 달성에 매진하도록 한다. 국유기업 전체의 80% 이상이 속해 있는 일반경쟁 영역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퇴출, 즉 민영화가 이루어질지가 관건이다.

(4) 기업 해외진출(走出去) 활성화

작년 중국의 대외직접투자(ODI) 금액은 1,160억 달러로, 외국인의 대(對)중국 직접투자(FDI) 금액 1,196억 달러에 거의 육박했다. 그 중 비(非)금융 부문의 대외투자는 1,029억 달러로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금융위기 이후 ODI 증가 속도(연평균 12.9%)가 FDI 증가 속도(연평균 4.4%)를 크게 상회하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올해 마침내 대외순투자국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해외법인 설립, 지분투자(합작투자)와 함께 대외직접투자를 구성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M&A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중국 기업의 해외 M&A 지출은 700억 달러로, 외국자본의 중국 기업 M&A 규모 255억 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2011년에 이미 일본의 규모를 추월했으며, 최근 5년간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대외직접투자의 구조와 내용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되고있다. 과거에는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2004년 90.6%, 2013년 78.6%), 금융위기 이후에는 유럽과 미국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2004년 2.1%, 2013년 12.5%). 투자 주체별로 보면, 국유기업 비중이 줄어들고(2004년 19.7%, 2013년 8%), 대신 민간기업(2013년 56.1%)이나 지방기업(2013년 39.3%)의 비 중이 많이 늘었다. 투자 산업영역도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채광업, 도소매, 임대업 등 세 부문의 점유비중이 여전히 높기는 한데(2013년 72%), 2000년대 초에 비해 채광업의 비중이 크게 낮아졌고, 건축, 부동산,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등의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3년 전체 ODI의 7.8%를 점하고 있는 제조업 대외투자는 2000년대 들어 점차 줄어들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기업의 해외진출은 아직 비중은 낮지만, 중국 내부의 산업 구조조정 및 업그레이드에 있어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임금 코스트 경쟁력을 잃은 노동집약적 기업들로서는 임금이 싼 입지를 찾아 생존의 활로를 여는 의미가 있다. 둘째, 생산능력 과잉 기업들은 재고를 털어내고 가동률을 높임으로써 기업 수명을 늘리고 구조 전환을 위한 시간을 버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셋째, 국유기업을 앞세워 아프리카, 호주, 남미 지역에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한 때 대대적으로 진행되었으나, 5세대 지도부 등장 이후 성장모델 전환과 자원 가격 상승세 둔화에 따라 요즘은 주춤해졌다. 넷째, 철도, 고속철, 원자력발전소, 우주항공장비 등 중대(重大)장비 제조업과 통신, 전력, 공정기계, 선박 등 대형 플랜트 산업들의 경우 감가상각 기간이 길고 내수시장이 단기에 포화되지만 연관효과가 커서 해외시장 개척이 절실한 케이스다. 특히 중대 장비제조 영역에서 중국은 자국 기업들이 일부 기술 우위를 갖고 있어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섯째, 내수시장에서 수많은 로컬 및 해외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내셔널 챔피언 지위에 올라선 중국 우량 제조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이나 기술 및 브랜드 확보를 위해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의 관심영역은 세 번째와 네 번째였다. 특히 중국 기업이 일부 기술우위를 보유한 전략산업 영역에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함으로써 중국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고, 로컬 표준을 ‘사실상의 국제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격상시키는데 역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생산능력 과잉 문제와 산업구조 전환 과제의 압박이 강해진 근년 들어서는 첫째와 둘째 유형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 경제적 자원을 이동시키는 것만으로는 과잉 생산능력 해소나 낙후 및 사양 기업의 지역적 재배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서부의 개발공백이 빠르게 메워지면서 최근 동부지역에서 중서부 지역으로의 전통산업 이전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실정이다. 중서부 지방정부들도 하나 둘 단순한 GDP 늘리기에서 벗어나 산업구조 고도화나 제조업 현대화를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동부에서 밀려난 기업들을 전처럼 반기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중앙정부는 주변 저개발국들의 활용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양회에서 대내외에 천명된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의 한 가지 중요한 목적은 주변 국가들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과잉 생산능력 산업과 낙후산업의 해외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유형, 즉 우량 민간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대해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내셔널 챔피온을 선발하는 과정에선 규모화 유도와 규제완화를 통해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지만, 일단 챔피온이 결정되면 손을 떼는 식이다.
한국 기업들을 해외시장에서 직접 위협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국가대표 기업들이다. 레노보(联想)의 모토로라 인수(2014년)나 완샹(万向)그룹의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피스커 인수(2014년), CNCC(中国化工)의 피렐리 인수(올 3월) 사례에서 보듯이 이들이 선진기술과 브랜드 확보를 위해 과감하게 M&A에 뛰어들 용의가 있다.

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기세로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당장 해외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등장한다고 보긴 어렵다. 중국 업계에서는 중국기업의 해외 M&A 실패 확률을 7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는 국제화 감각 부족, 중국 내 자금의 높은 조달 코스트 등이 지목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일대일로 같은 ‘멍석 깔아주기’ 이외에 외환보유고 활용까지 검토 대상에 넣은 각종 금융 지원과 심사/허가 절차 간소화 등 자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해나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 주는 의미

제조대국 중국이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면적이고도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부문과 신생부문을 아우르고, 민간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국유기업개혁까지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이고, 그 동안 개별 이슈로 다루어져 온 과제들을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대응이다. 대응의 방향은 한 마디로 ‘체질 강화’와 ‘해외 진출’로 요약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 구조조정이나 혁신보다 성장과 캐치업에 익숙한 기업 체질, 경제효율보다는 경제규모(GDP)에 경사된 경제운영 관행, 기존의 산업구조와 경제운영방식에서 혜택을 입은 기득권 세력의 반대나 반발 등이 체질 강화를 위한 개혁을 더디게 하거나 좌초시킬 우려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천한 해외 비즈니스 경험과 글 로벌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 기술과 브랜드 면에서 여전히 현격한 실력 차 등이 해외시장 개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제조강국 도약의 가장 강력한 추동력은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용의주도한 장기 정책 기획력과 안정적이고 강력한 정책 집행력이다. 그 동안 홈 그라운드에서 외국기업들과 오랫동안 경쟁하면서 서구기업들의 기술과 관리능력을 빠르게 흡수해온 중국의 우량 대기업들은 배포 큰 구상과 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제패를 노리고 있다.

향후 10년 중국의 제조강국 드라이브의 성공 여부에 대한 예상은 분분하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잘 해왔다’는 것이 낙관론의 근거이고, ‘지금부터는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비관론 내지 신중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일본과 한국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세 번째로 제조업 강자리그 진입을 노리는 중국은 한국 이상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일본보다 더 거칠게 도전을 감행하여 제조업 경쟁구도 변화의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도전이 한국 기업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중국이 제조강국으로 올라선다면, 글로벌 제조업 및 산업 패권을 노릴 수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단순히 신참자로서 기존강자들의 점유율을 일부 빼앗는 것을 넘어 스마트가전, 모바일인터넷, 바이오, 대체에너지, 신소재 등 이제 막 봉오리가 생기거나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 미래산업 분야의 주도권 다툼에 가담할 수 있다. 중국이 늘 꿈꿔온 ‘커브 길에서 추월하기’의 첫 번째 성공사례가 될 수도 있다.

둘째, 이 도전을 통해 중국 제조업은 분명히 지금보다 강해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우수한 제품/기술과 세련된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을 맞부딪히게 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당장 선진국 시장에서 발을 붙이기는 쉽진 않지만, 중국과 비슷하거나 낮은 발전 단계에 있는 개도국 시장에선 상당히 빠르게 메이저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다. 이러한 넥스트 차이나(nextChina) 시장이야말로 글로벌 시장 가운데 앞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될 것이며, 미래 소비의 주역이 될 젊은 소비자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래의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장이다.

셋째, 중국 기업들의 역량은 각 산업의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되어나갈 것이다. 세트(완제품 조립) 역량은 물론이고 부품 소재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전통기업~신흥기업~스타트업~장외벤처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도 빠르게 착근되어가고 있다.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을 아세안(ASEAN) 같은 주변국들에 넘겨주고 기술 및 자본 집약적 산업들을 중심으로 아시아 밸류체인의 중심이 되는 전략을 밀고나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투박하지만 계획된 행보는 중국과 매우 넓은 범위에서 협력과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전략 선택의 폭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응을 서두를수록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자유도가 높아질 것이다. 대응방식은 우리와 중국 간 경쟁우위의 변화를 미리 내다보면서 경쟁과 협력 영역을 재조정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경쟁우위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영역에서 중국의 도전을 강력히 뿌리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지금 당장 경쟁우위가 있더라도 중국의 잠재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경우 당해내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들의 세트 능력이 압도적으로 강한 영역에서는 밸류체인 상류로 옮겨가거나 출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물어물하다가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국 중심의 ‘아시아 밸류체인’에서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중국의 제조강국화 노력이 우리에게 위협만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조정 및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가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유기업 개혁 방안에 포함되어 있는 국유기업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 민영화에는 제한된 조건 하에서 외국기업의 참여도 가능하다. 이보다 더 유망한 투자 기회는 스타트업이나 인큐베이팅 단계의 기업들에 있다. 이런 기업들은 대다수가 상장 이전 단계에 있어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이 많지 않다. 중국 정부 일각에서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장외기업들의 장내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혁신 역량을 흡수하는 노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창업판의 주가 버블이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한 정도로 극심한 상황인데, 주가 조정이 일단 시작되면 장외시장도 일파만파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판(版) 벤처 거품이 꺼지고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절호의 투자 타이밍이 될 것이다.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
안대선 과장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