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저소득층 가계부채 리스크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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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5-03-22 12:31
서울--(뉴스와이어)--최근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8조 5천억원으로 그 전년도 증가액의 2.8배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증가분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했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총량을 규제하기보다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는 ‘미시적 대응’으로 가계부채 대책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합리적인 미시적 대응’을 위해서는 누가 빌린, 어떤 용도의 가계부채가 얼마나 늘었고, 이들 계층의 부채 상환 능력 및 부채 상환 부담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의하면, 소득이 낮을수록 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데, 소득 하위 계층의 부채 증가는 소득 상위 계층의 부채 증가에 비해 주택 등 자산에 투자되기보다 부족한 생계비 등으로 소비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의 부채상환능력이 소득 계층 중 가장 빠르게 약화되고 있으며, 소득 증가세가 가장 부진한 가운데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도 가장 빠르게 늘고 있어 저소득층의 가계 부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이번에 출시하는 안심전환대출은 늘어나는 원금 상환 부담으로 인해 소득 하위 계층보다 소득 중상위 계층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층 담보대출의 빠른 증가세와 부채 상환 능력 약화를 고려하면, 가계 부채에서 소득 상위 계층의 비중이 높아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론일 수 있다. 가계부채 총량 규제는 적절치 않지만, 대출이 부실화될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저소득층의 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주택 등 담보가 있더라도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바람직한 가계부채 대책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 조절과 함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들 계층의 지속적인 소득 창출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즉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이들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소득 증대 대책이 반드시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1. ‘보다 합리적인 미시적 대응’의 필요성

가계부채,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급증세 지속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8조 5천억원으로서 그 전 해인 2013년 증가액 13조 9천억원의 2.8배에 달했다. 특히, 주택금융관련 규제인 LTV, DTI 비율이 완화된 지난해 8월 이후 증가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늘어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27조원으로 5개월 동안의 증가분이 지난해 전체 증가분의 70%에 달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1월에는 주택시장이 비수기이고 성과급이 지급되어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 1월에는 예금은행 가계대출이 도리어 4천억원 늘어났다.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이후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분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한다. 특히, 올해 1월의 경우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은 1조 5천억원 늘어 예금은행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보다도 많았다.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고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냄에 따라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소득 계층별 가계부채 문제의 차이점 고려해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포함한 가계신용 잔액은 1,089조원을 기록했다. 가계의 빚 규모가 1천조원을 훌쩍 넘어 1,100조원에 육박하면서 가계부채 총량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계부채 총량이 일정 규모 이상 되지 않도록 조절하거나 가계부채의 증가액이 일정 금액 이상 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하여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총량을 규제하기보다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는 ‘미시적 대응’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가계부채 내의 변동금리 및 일시상환 대출의 비중이 높아서 금리 상승에 취약하고 대출상환 부담이 일시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끌어올려 가계부채 구조를 안정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를 위하여 3월 24일 변동금리, 일시상환 대출을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저금리의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다.

그러나 소득 계층별 가계부채 문제의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전체 가계부채 중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식의 대책이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미시적 대응으로서 충분한 지는 의문이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고 이들의 부채가 부실화될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애초에 부채상환 능력이 양호했던 고소득층 위주로 변동금리, 일시상환 대출이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되어 가계부채 전체의 평균적인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높아진다면 가계부채의 구조가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현재의 가계부채는 매우 상이한 두 가지 부채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먼저, 어느 정도 소득도 있고 자산도 있는 계층이 살 집을 마련하거나 돈을 더 벌기 위해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가계부채다.

투자의 결과, 이들 계층은 주택가격이 오르거나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득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이들 계층이 빌린 가계부채의 가장 큰 리스크는 주택가격 또는 자산가격 급락이다. 또 다른 가계부채는 소득이 적고 자산도 적은 계층이 빌리는 가계부채다. 상대적으로 이 가계부채는 부족한 생계비 또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업자금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자산가격 급락 없이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더욱이 만약 주택가격이 오를 경우 전월세 거주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 계층은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적절한 미시적 대응을 위해서는 단순히 가계부채 총량이 얼마나 늘었고, 가계부채 총량 중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를 고려함과 동시에, 누가 빌린, 어떤 용도의 가계부채가 얼마나 늘었고, 이들 계층의 부채 상환 능력 및 부채 상환 부담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따지는 ‘미시적 분석’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계부채를 총량 기준으로 얼마나 줄이느냐 하는 식이 아니라, 누구의 가계부채를 어떻게 줄이고, 누구의 가계부채는 늘어나도 괜찮다는 식의 가계부채 대책을 실시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매년 발표되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하여, 가계의 소득계층별 대출 증가 속도, 부채상환 능력 및 부채상환 부담 변화 추이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에 출시되는 ‘안심전환대출’의 예상 효과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2.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및 부채 상환 능력

급증하는 담보대출, 저소득층이 가장 빠르게 증가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소득이 낮을수록 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 동안,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78.3%나 늘어나 소득분위별 계층 중 담보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5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14.9% 늘어나 소득분위별 계층 중 담보대출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더욱이 이러한 저소득층의 담보대출 증가세는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1년 사이에, 소득 1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29%나 늘어난 반면, 소득 5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3.1% 늘어나는데 그쳤다. 저소득층의 담보대출은 이처럼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신용대출은 도리어 줄어들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 동안, 여타 소득 분위 가구들의
신용대출은 늘어난 가운데, 오직 소득 1분위 가구의 신용대출만이 56.9% 감소했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저소득층에 대한 신용대출 심사를 강화한 결과로 보이며, 담보만 있다면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기 용이한 담보대출이 해당 기간 동안 크게 늘어난 중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가계대출 급증세를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재 저소득층의 부채가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최근 상황은 저소득층의 대출 급증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련 최근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공개된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LTV 및 DTI 비율이 완화된 지난해 8월 이후 한 달간 늘어난 가계부채 4조 5천억원 중 소득 3천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부채가 1조 3천억원, 소득 3천만원 초과 6천만원 이하 중소득층의 부채가 1조 8천억원, 소득 6천만원 초과 고소득층의 부채가 1조 4천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분이 전체 가계부채 증가분의 29%, 중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분이 전체 가계부채 증가분의 69%에 달한다.

이러한 소득 하위 계층의 부채 증가는 소득 상위 계층의 부채 증가에 비해 주택 등 자산에 투자되기보다 부족한 생계비 등으로 소비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2014년 기준 소득 1분위 가구와 소득 5분위 가구의 대출 용도를 비교해 보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모두 거주주택마련과 사업자금마련을 위한 대출의 비중이 가장높았다. 그러나 소득 5분위 가구의 경우 거주주택이외 부동산 마련 목적 대출의 비중이 20.1%로서 소득 1분위 가구의 3.4%에 비해 5.9배 높았다. 반면,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생활비 마련 목적 대출의 비중이 17.8%로서 소득 5분위 가구의 3.8%에 비해 4.7배 높았다. 이처럼 대출 받은 돈을 부족한 생계비를 메우는 과정에서 써 버리게 되면 자산에 투자했다가 향후 매각하여 현금화하는 경우 등과 비교하여 향후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부채상환능력, 저소득층이 가장 빠르게 약화

실제로 저소득층의 부채상환능력은 여타 소득 계층에 비해 매우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2014년 기준 (금융부채/처분가능소득) 비율을 살펴보면,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120.7%로서 소득 분위 계층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가지고 있는 금융부채의 규모가 연간 벌어들이는 처분가능소득의 약 1.2배 수준임을 의미한다. (금융부채/처분가능소득) 비율 자체도 높지만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이 비율의 변화 폭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 동안 소득 1분위 가구의 (금융부채/처분가능소득) 비율은 14.3%p 상승했다.

반면, 여타 소득 계층은 이 비율이 도리어 하락하거나 상승하더라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소득 1분위 가구를 제외하고 비율이 상승한 유일한 계층인 소득 3분위 가구의 상승 폭은 1.7%p에 불과했고, 소득 5분위 가구의 경우 1.2%p 하락했다. 결국,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을 감안한 상대적인 부채 수준이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소득 대비 부채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소득 대비 부채 규모를 측정하는 (금융부채/처분가능소득) 비율뿐만 아니라 소득 대비 실제 부채상환부담 정도를 측정하는 (원리금 상환액/처분가능소득) 비율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2014년 기준 (원리금상환액/처분가능소득) 비율을 살펴보면,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27.2%로서 소득 분위 계층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100만원을 벌면 부채의 원금상환과 이자비용에 27만 2천원을 써야 했음을 의미한다. (원리금상환액/처분가능소득) 비율 자체도 높지만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이 비율의 변화 폭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 동안 소득 1분위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처분가능소득) 비율은 10.5%p 상승한 반면, 여타 소득 계층의 경우 그 상승 폭이 1.3%p~4.4%p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을 감안한 상대적인 부채 원리금상환 부담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그 부담의 증가 속도도 가장 빨랐던 셈이다.

저소득층, 소득 증가 부진한 가운데 원리금 상환 부담 급증

이러한 저소득층의 부채상환능력 약화는 소득은 크게 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채 원리금 상환액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우선, 최근 소득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전체 소득 분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4년 기준 소
득 1분위 가구의 가구소득 및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대비 각각 1.4%와 0.9%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소득 5분위 가구의 가구소득 및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대비 각각 3.9%와 4.4% 늘어났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가구소득 증가율보다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낮지만, 고소득층의 경우 반대로 가구소득 증가율보다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높았다. 저소득층의 경우 낮은 신용도로 인해 대출 이자율이 높아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상황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소득 증가세는 부진한 반면, 저소득층의 부채 원리금상환액은 여타 소득 계층 대비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 동안, 소득 1분위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은 198.3%나 늘어나 소득 계층 중 원리금상환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5분위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은 50.6% 늘어나 소득 계층 중 원리금상환액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더욱이 이러한 저소득층의 원리금상환액 부담은 최근 더욱 가중되고 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1년 사이에, 소득 1분위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은 64.7%나 늘어난 반면, 소득 5분위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은 11.5% 늘어나는데 그쳤다.

3. 시사점

저소득층 대상 담보대출의 급증 경계해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고, 부채 상환 능력이 가장 빠르게 약화되고 있으며, 소득 증가세가 가장 부진한 가운데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소득 4분위와 5분위에 해당하는 계층이 전체 가계부채의 70%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체 가계부채에서 상위 계층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은 지나친 낙관론일 수 있다. 예전에 그 비중이 낮았더라도 최근과 같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면 저소득층의 가계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또한, 이들 소득 계층이 전체 가계 및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약화되는 부채 상환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계층의 부채가 계속 빠르게 늘어난다면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 불안 요인으로 대두될 것이다.

부채 상환 능력이 취약하여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계층의 부채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느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살고 있는 주택 등 담보가 있더라도 부채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지난해 8월부터 LTV 뿐만 아니라 DTI까지도 동시에 완화된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당시의 경제 및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LTV는 완화될 여지와 필요성이 있었지만, 저소득층 부채 급증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DTI 완화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담보자산의 가치를 기반으로 산정되는 LTV는 고소득층의 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대출자의 소득을 기반으로 산정되는 DTI는 저소득층의 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정책의 일관성 및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성 유지를 고려하면 지난해에 높였던 DTI 비율을 다시 하향 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이 수도권에만 적용되고 있는 DTI 규제를 지방으로까지 확대 적용하고, 대출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 산정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관건은 일선 금융기관들의 신용평가 능력 개선 및 대출 심사 강화다. DTI 비율이 상향조정되기는 했지만 이는 대출 가능한 최고 한도가 늘어난 것일 뿐이지, 실제 대출 여부 및 대출 규모는 결국 금융기관들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담보가치와 소득 이외에도 신용평가시 고려되는 항목을 보다 다양화하고 대출 심사 규정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함으로써 부실이 우려되는 부문에 과도한 대출이 유입되지 않도록 금융기관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가계 부채 대책, 소득 계층별 차별성 반영 필요

일단 금융당국이 인위적이고 획일적인 방법으로 가계부채 총량 또는 가계부채 증가분을 규제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그 부작용을 고려할 때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2000년대 중반의 주택가격 급등 시기에 집값 상승을 억제하려고 당시 급증하던 주택담보대출을 ‘이번 달에는 몇 조원 이상 늘리지 못한다’는 식으로 관리한 적이 있었지만, 그 달의 대출 한도가 차고 나면 정작 대출을 꼭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들조차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던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미시적 대응 차원에서 현재의 대책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 가계부채 전체의 ‘평균적인’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적절한 미시적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가 빌린, 어떤 용도의 가계부채가 얼마나 늘었고, 이들 계층의 부채 상환 능력 및 부채 상환 부담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고려하여, 가계 부채 대책에서도 소득 계층별 차별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을 위해 이번에 출시하는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부담은 줄어들지만 원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득 하위 계층보다 중상위 계층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개선하고 부실화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면 그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가 보다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 급락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소득 중상위 계층이 가계부채를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소득 하위 계층의 부채 증가 속도, 부채 상환 능력 약화 및 부채 상환 부담 가중 추이를 고려할 경우 소득 하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가계부채 대책이 보다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과도한 부채의 증가세를 조절하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근본적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가계부채 대책은 일회성 부채 탕감이나 채무재조정이라기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들 계층의 지속적인 소득 창출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시행되었던 국민행복기금에서 가계부채 대책 패키지의 일환으로 취업 및 창업 기회 확대 방안이 포함되었던 것과 유사한 시도가 지속 및 확대될 필요가 있다. 즉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가계부채 속도 조절과 함께 소득 증대 방안이 함께 실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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