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모바일 시장 판도 흔들 숨은 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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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5-01-25 12:00
서울--(뉴스와이어)--스마트폰 후반전, 글로벌 Top 10 리스트 밖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소위 ‘기타(Others)’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잠재력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해부터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샤오미 역시 얼마 전만 해도 기타 기업 중 하나에 불과했다. 각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는 로컬 강자들(Local Kings)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대부분의 로컬 강자들은 본체를 숨기고 있다. 로컬 기업이기 때문에 저절로 숨겨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를 택한 것이다. 이들이 몸을 숨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1) 첫 번째 유형은 여러 로컬 브랜드 뒤에 숨는 경우이다. 프랑스의 위코, 러시아의 플라이 등 현지에서 주목 받고 있는 브랜드 뒤에 숨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나가는 티노 모바일(Tinno Mobile)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뒤에 숨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폭스콘은 노키아, 블랙베리, 인포커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외주 생산을 넘어 제품 개발, 유통, 판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3) 기업 분할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사업 규모를 줄임으로써 경쟁을 회피하는 기업도 있다. 부부까오는 비보, 오포, 그리고 원플러스로 기업을 분할함으로써 수 년 동안 경쟁사의 주목을 피할 수 있었다.

(4) 인수 혹은 라이센싱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의 뒤에 숨는 로컬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TCL과 레노버는 각각 알카텔, 모토롤라를 인수해 중국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5) 글로벌 유통 기업 브라이트스타(BrightStar)처럼 유통 기반을 활용해 자체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 장벽이 낮아지면서 유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콘이 글로벌 브랜드를 이용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 브라이트스타는 유통 역량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로컬 강자들이 ‘숨은 성장(Hidden Growth)’을 추구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선도 기업과의 경쟁을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키울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면 핵심 역량에 집중해 경쟁력을 빠르게 높일 수도 있다. 또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이용해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로컬 강자의 성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경쟁자의 등장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들의 숨은 성장 전략은 새로운 게임 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향후 휴대폰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시장의 보다 낮은 곳, 보다 작은 움직임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향후 휴대폰 시장 변화의 진앙지는 오히려 시장의 머리가 아닌, 꼬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1. 휴대폰 경쟁 구도 변화

스마트폰이 시장에 나온 이후, 지난 7년 동안 휴대폰 시장의 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노키아와 블랙베리를 추월했고, 화웨이, 레노보, ZTE,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이 3~5위로 부상하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글로벌 Top 5 혹은 Top 10 기업들의 순위 변동에만 주목해서는 휴대폰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읽을 수 없다. 스마트폰의 발전이 둔화되고, 시장의 성장엔진이 선진국의 중고가 시장에서 신흥국의 중저가 시장으로 옮겨가는 최근의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스마트폰 후반전, 새로운 변화는 글로벌 Top 10 리스트 밖에서 시작되고 있다.

꼬리가 길어지는 휴대폰 시장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주도하던 스마트폰 시장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성장하면서 노키아와 블랙베리의 점유율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삼성과 애플에게 1, 2위 자리를 내주게된다. 새로운 1, 2위 업체의 성장 탄력 덕분에 Top 2 점유율 합계는 2012년 50%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2014년 3분기에는 37%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과 노키아가 1, 2위를 지키고 있는 전체 휴대폰 시장의 Top 2 점유율 33%와 유사한 수준이다.

하락하는 것은 Top 2 점유율뿐만 아니다. 3~5위 점유율도 떨어지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6위 이하의 점유율은 성장하는 추세이다. 특히, 10위권 밖의 ‘기타(Others)’ 업체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체 휴대폰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로 인해 최근 휴대폰 시장의 경쟁구조는 전에 비해 꼬리가 길어지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전반전에는 상위 업체의 점유율이 낮아지면 새로운 1, 2위 업체가 등장해서 Top 2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렸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상위 업체의 점유율 하락은 새로운 1, 2위 업체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중소 업체가 그 자리를 채우
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휴대폰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적인 측면의 진입 장벽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디어텍과 같은 칩셋 업체들이 앞다퉈 턴키(Turnkey)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텍과 같은 업체들은 프로세서를 판매하고, 관련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본적인 휴대폰 설계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사가 원한다면 소프트웨어(OS, UI)를 탑재한 PCB 어셈블리 수준의 반제품까지 공급해주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불과 한 두 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해 케이스를 덧씌우기만 하면 자신의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로컬 강자(Local Kings)의 등장

휴대폰 시장의 꼬리가 길어지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리스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로컬 강자(Local Kings)들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GfK, SA를 비롯한 각종 자료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각 국가별 휴대폰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로컬 강자’ 14개 기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고, 중남미, CIS, 아프리카 등 주로 신흥국 시장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선진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프랑스에서도 위코(Wiko)와 같은 로컬 강자를 찾을 수 있었다.

기준을 2014년 누적 시장 점유율 5% 이상으로 낮추면 주목할만한 로컬 기업 10개를 추가로 찾을 수 있고, 기준을 더욱 낮춰서 3분기 시장 점유율 5% 전후인 기업(13개) 혹은 2014년 100만대 이상 판매가 예상되는 기업(11개)으로 확대하면 24개 로컬 기업을 추가할 수 있다. 로컬 강자 14개 기업과 주목할만한 로컬 기업 34개를 합친 48개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셈이다.

2. 모바일 시장의 ‘숨은 성장 (Hidden Growth)’ 기업들
로컬 강자들(Local Kings)의 특징은 시장의 주목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는 데 열심인 데 반해, 이들 기업들은 기업의 본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수면 위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처럼, 많은 로컬 강자들의 본 모습은 수면 아래에 숨겨진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로컬 강자들의 전략은 ‘숨은 성장(Hidden Growth)’이라고 할 수 있다.

(1) 시장-기술 분업으로 숨은 기업

앞서 살펴본 것처럼, 로컬 강자들은 대부분 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 등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의 위코(Wiko)는 특이한 사례라고 할만하다.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유럽의 핵심 시장인 프랑스에서 창업 3년만에 휴대폰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선 기업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휴대폰 시장에서 위코는 2013년 애플을 추월했고, 2014년에는 노키아를 제치고 삼성에 이은 2위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에 인접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플라이(Fly)’라는 기업이다. 플라이는 2003년 설립된 영국 기업으로 2012년 미디어텍 프로세서 기반의 스마트폰을 러시아에 출시하면서 성장을 본격화한 기업이다. 2014년 1~3분기 러시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2%로 3위이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1%의 시장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최근 3~4년 사이에 급격히 성장했다는 점, 글로벌기업이 중시하는 핵심 시장에서 로컬 강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점 등이다. 또한, 휴대폰을 개발, 생산하는 기술 역량 없이 성장했다는 점도 두 기업의 중요한 공통점이다.

‘어떻게 자체 기술 역량 없이 로컬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숨은 기업’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티노 모바일(Tinno Mobile)’이라는 중국 기업이다. 위코와 플라이 제품의 대다수는 티노 모바일이 개발, 생산한 제품들이다.

티노 모바일과 같은 회사를 ‘독립계 디자인 하우스(Independent Design House, IDH)’라고 하는데, 가치사슬상 프로세서 업체와 완성품 기업 사이에 위치해 완성품 기업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 생산해주는 외주 기업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미디어텍은 완성품 기업들이 쉽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레퍼런스(Reference) 디자인과 관련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미디어텍의 레퍼런스 디자인을 이용해도 제품을 개발할 역량이 없는 기업, 혹은 추가적인 차별화가 필요한 기업들은 별도의 디자인 하우스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티노 모바일의 파트너 브랜드는 위코와 플라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티노 모바일의 파트너는 13개, 그 중 시장 점유율 10% 이상의 로컬 강자의 수는 위코, 플라이, 인도의 마이크로맥스, 파키스탄의 Q-Mobile, 방글라데시의 Symphony 등 5개이고, 주목할만한 로컬 기업으로 꼽힌 기업도 4개이다. 티노의 주요 파트너 기업들이 모두 해당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티노 모바일의 숨은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6월 구글은 Google I/O 컨퍼런스를 통해 100달러 수준의 저가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구글의 순정 안드로이드 OS와 미디어텍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인도 시장에 출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주요 파트너로 언급된 기업들은 구글, 미디어텍, 그리고 인도의 마이크로맥스(Micromax), 카본(Karbonn), 스파이스(Spice) 등이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는 언급되지 않았는데, 바로 티노 모바일이었다. 마이크로맥스, 카본, 스파이스가 출시한 안드로이드 원 스마트폰은 모두 거의 같은 사양을 가지고 있다. 각 제조사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원의 디자인 하우스인 티노 모바일이 개발, 생산한 제품을 각 브랜드가 외관 디자인 정도를 차별화해서 출시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 대응 전략의 핵심이 ‘안드로이드 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티노 모바일이 스마트폰 산업에서 갖는 숨은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최근 구글은 안드로이드 원 프로그램을 인도에서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등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파트너로 방글라데시의 심포니(Symphony)가 언급되었는데, 이 기업은 방글라데시 휴대폰 시장의 36%, 스마트폰 시장의 53%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로컬 강자이다. 안드로이드 원 프로그램을 통해 티노 모바일과 로컬 강자의 결합이 한층 공고해지게 된 셈이다.

티노 모바일의 기업공개 추진 과정에서 알려진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티노 모바일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1,400만대에 달한다고 한다. 당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0위권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1,400만대도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파트너들의 성장이 2012년부터 본격화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티노 모바일의 사업 규모는 상당한 수준까지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노 모바일의 주요 파트너들의 평균 성장률을 적용한다면, 2014년 티노 모바일의 판매 수량은 약 5,000만대, 스마트폰 시장 내 7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근소한 차이로 경쟁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 3위 경쟁 기업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물론, 디자인 하우스가 당장 브랜드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 하우스들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업모델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쿨패드, 비보, 오포, 지오니와 같이 디자인 하우스로 시작해 자체 브랜드 사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고, 디자인 하우스의 83%에 달하는 기업들이 향후 자체 브랜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은 디자인 하우스를 잠재적인 경쟁사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티노 모바일과 위코의 관계가 제품 외주 개발 파트너십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코는 티노 모바일이 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티노 모바일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하우스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티노 모바일은 위코를 통해 이미 브랜드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게다가 티노 모바일의 목표는 프랑스 시장 로컬 강자에 그치지 않는다. 2014년 유럽 시장에서 40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보이는 위코의 2017년 목표 판매수량은 5,000만대에 달한다. 3년만에 10배가 넘는 성장을 이루겠다는 실로 당찬 목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위코의 뒤를 5,000만대에 달하는 티노 모바일이 받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목표로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다.

(2) 파트너 브랜드 뒤에 숨은 기업

노키아와 블랙베리, 이 두 기업은 초기 스마트폰 시장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을 본격화하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최근 한 가지 공통점이 늘어났는데, 두 기업 모두 재기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노키아는 2013년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고, 통신장비와 지도 서비스, 특허 등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 인수 당시 노키아 브랜드를 라이센싱했으나, 2014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 브랜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노키아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노키아의 휴대폰 시장 재진입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그 시점부터이다. 그리고 2014년 11월, 노키아의 모바일 시장 재진입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맺은 휴대폰 사업 매각 계약으로 인해 2016년까지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노키아로서는 태블릿 시장이 유일한 선택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2016년이지나면 노키아 브랜드의 스마트폰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블랙베리는 매년 7~8개의 신모델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2012년에는 불과 2개 신모델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2009년 20%에 육박하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11년에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2012년에는 다시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휴대폰 사업 매각 시도 조차 실패했다. 이처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블랙베리가 2013년부터는 모델 수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2014년 발표한 모델 수는 4개, 전성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2012년에 비하면 두 배가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2014년 발표한 모델들은 블랙베리의 색깔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포르쉐와 공동으로 디자인하거나, 정사각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거나, 블랙베리의 예전 히트 모델 디자인을 부활시키는 등 나름의 노력이 눈에 띈다.

이처럼 재기를 노리는 두 기업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는데, 폭스콘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재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폭스콘은 외주 생산 전문기업(EMS)으로,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폭스콘과 협력하여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두 회사와 폭스콘의 파트너십은 외주 생산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노키아가 출시한 태블릿 ‘N1’의 경우, 폭스콘이 생산뿐만 아니라 개발, 유통, 판매까지 담당한다. 따라서 실제 노키아의 역할은 디자인 참여와 브랜드 및 특허를 라이센싱해주는 것에 그친다.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Z3’의 경우에도 폭스콘이 제품을 개발, 생산, 유통하는 방식이다.

폭스콘의 목표는 외주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폭스콘은 2013년말 ‘인포커스(InFocus)’라는 브랜드명으로 자체 스마트폰을 대만 시장에 출시했는데, 샤오미의 저가 모델인 홍미(HomgMi)의 대항마로 포지셔닝하면서 출시 3분기 만에 대만 스마트폰 시장의 6%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레노보의 전자상거래 인력을 영입하는 등 중국 온라인 시장 진출까지 추진할 정도이다.

외견상 폭스콘이 미국 프로젝터 브랜드인 인포커스를 라이센싱하는 형태이지만, 사실상 폭스콘의 자체 브랜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금까지 폭스콘은 고객사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체 스마트폰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인포커스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폭스콘의 부품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해 샤오미에 대적할 수 있는 가성비7 높은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요약하면, 폭스콘은 노키아, 블랙베리, 인포커스 등 파트너 브랜드 뒤에 숨어서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3) 기업 분할로 숨은 기업

2014년 3분기 중국 LTE 스마트폰 시장 순위에 낯선 기업들이 등장했다. 기존 LTE 강자들 다음 순위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단번에 1위와 2위 자리를 꿰찼다. 덕분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ZTE와 애플을 제치고 나란히 두 계단씩 올라서 6위와 7위에 올랐다. 일반 유통(Open 시장)에 주력하던 비보(Vivo)와 오포(Oppo)가 이동통신 사업자의 중저가 LTE 시장에 진입하면서 거둔 성과이다. 샤오미처럼 화려하게 급성장하는 기업들은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업체로 주목을 받는 기업들이다.

두 기업의 성장 추이를 보면 쌍둥이처럼 닮았다. 판매 대수도 항상 비보가 오포를 수십만 대 차이로 근소하게 앞선다. 이번에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란히 이동 통신 사업자 시장에서 비슷한 성과를 냈다. 마치 팀플레이를 펼치는 마라톤 주자들을 보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회사는 실제로 하나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같은 회사라는 점을 극구 부인하지만, 산업 전문가들, 심지어 중국의 일반 소비자들도 동일한 회사라는 것은 알고 있을 정도이다. 비보와 오포 그리고 오포가 설립한 원플러스(One Plus)의 창립 과정을 살펴보면 세 회사가 동일한 소유주 아래 느슨하게 연결된 회사들임을 알 수 있다.

두 회사의 모회사는 오디오 및 비디오 기기를 전문으로 생산, 판매하던 부부까오(步步高, BBK)이다. 애플이 아이팟 사업을 하다가 아이폰을 출시했던 것처럼, AV전문업체였던 부부까오는 2002년부터 휴대폰 시장에 진입했고, 2011년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비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포의 경우에는 부부까오의 해외 시장용 브랜드로 2001년 출시되었는데, 2004년 부부까오의 창업 멤버이자 AV사업부장이었던 토니 첸(Tony Chen, 陈明永)이 분리 독립(Spin-off)하는 형태로 오포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오포 설립 초기에는 MP3 플레이어가 사업의 중심이었으나, 2008년 이후 휴대폰 사업이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오포는 샤오미를 벤치마킹해 ‘원플러스(OnePlus)’라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때도 오포의 설립과 동일한 방식을 따랐다. 오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이었던 피트 라우(Pete Lau, 刘作虎)가 오포를 퇴사한 이후, 원플러스를 창업한 것이다. 회사의 신임을 받는 주요 임원이 퇴사해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은 부부까오에서 오포가 분리 독립하는 과정과 동일한 방식이다. 비보가 오포와의 관계를 부인했던 것처럼, 오포의 경우에도 원플러스와의 관계를 부인했지만, 원플러스의 회사 등록 서류가 공개되면서 오포의 100% 자회사임이 밝혀졌다.

동일한 소유주로 연결된 회사들이고, 같은 휴대폰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을 쪼개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하나의 통합기업으로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전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부까오의 기업 분할 전략을 이해하는 첫 번째 단초는 세그멘트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HiFi & Smart’라는 브랜드 메시지에서 알 수 있듯이 비보는 ‘오디오’에 차별화 포인트를 두고 있다. 오포는 젊은 여성을 위한 스마트폰으로 알려질 정도로 ‘스타일리쉬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원플러스는 비보와 오포가 대응하지 않는 온라인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부부까오의 기업 분할은 서로 다른 세그멘트에 타게팅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보와 오포는 상호 경쟁적인 제품이 적지 않다. 기업 분할로 인해 제품 라인업이 상충되면서 시너지 효과보다 자기 잠식(Cannibalization)에 따른 역효과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부부까오의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쟁 타게팅 관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휴대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중에 비보냐 오포냐를 고민하는 소비자들보다는 대형 선도업체냐(삼성, 화웨이, 쿨패드, 레노보 등) 중소업체냐(비보, 오포, 지오니 등)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 비보, 오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대형 선도업체이지, 중소기업들이 아니라는 뜻이고, 대형 선도업체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기 잠식(Cannibalization)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혹시라도 비보냐 오포냐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부부까오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상황이다. 대형 선도업체와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타겟 세그멘트에서의 입지가 그만큼 공고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종로나 강남역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햄버거 가게들이 마주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행인들은 ‘경쟁이 치열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두 가게의 주인이 같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주인 입장에서는 배고픈 소비자들이 샌드위치 가게로 가지만 않는다면, 어느 브랜드의 햄버거를 선택하든 큰 상관이 없는 셈이다.

부부까오의 기업 분할 전략이 노리는 또 하나의 효과는 본격적인 경쟁을 회피 혹은 지연시키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비보와 오포의 2014년 1~3분기 스마트폰 매출 수량은 각각 1,430만대(6위)와 1,270만대(7위)로 5위인 화웨이의 2,940만대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라고 간주한다면 차이는 240만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100만대 수준으로 알려진 원플러스의 실적까지 더한다면, 그 차이는 140만대로 시장 점유율 차이는 0.5%p에 불과하다. 세 기업의 실적을 합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소니와 비슷한 9위권으로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최근 샤오미는 에릭슨, 화웨이, ZTE 등의 특허공세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빠르게 성장한 기업인만큼 치러야 할 수업료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샤오미와 함께 비보와 오포도 특허공세의 타겟이 되고 있지만,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한지 4년만에 경쟁사의 주적(主敵)으로 지목된 것에 비하면 비보는 13년, 오포는 7년 동안 경쟁사의 주목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4)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숨은 기업

TCL은 중국 기업 같지 않은 중국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휴대폰 기업들은 자국의 대형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서 가장 앞서 있는 화웨이와 ZTE도 중국 시장 비중이 각각 57%, 40%에 달한다. 해외 시장 진출의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레노보, 쿨패드, 샤오미의 중국 시장 비중은 각각 78%, 96%, 95%로 가히 절대적이다. 반면, TCL의 중국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이처럼 TCL이 중국보다 해외에서 잘하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멀티 브랜드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TCL은 2004년 프랑스의 알카텔(Alcatel)을 인수했다. 그러나 TCL이 알카텔 인수 당시부터 멀티 브랜드 전략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TCL의 당초 계획은 인수 이후 알카텔 브랜드를 버리고 TCL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TCL 단일 브랜드 전략 하에서 휴대폰 사업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게 되었다. 2004년 1,500만대 규모였던 휴대폰 판매량이 2007년 1,200만대로 줄어든 것이다. 시장은 매년 20% 수준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2007년 TCL은 알카텔 브랜드를 되살리기로 결정했다. 알카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유럽과 중남미 등에서는 알카텔 브랜드를 사용하고, 그 외 중국 등에서는 TCL 브랜드를 사용하는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후 TCL의 성과는 반전하게 된다. 2014년 1~3분기 TCL의 판매 수량은 4,700만대로 글로벌 6위 수준이다. 샤오미를 근소하게 앞서고, 화웨이를 근소하게 추격하는 규모이다.

최근에는 알카텔이 PDA 시장의 강자였던 팜(Palm)을 HP로부터 인수한다는 뉴스가 등장하고 있다. 알카텔이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유럽과 중남미를 넘어서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인수 시도로 보인다. 알카텔의 뒤에 TCL이 있음을 감안할 때, TCL의 멀티 브랜드 성공경험이 알카텔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TCL의 사례는 신생 브랜드가 새로운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투자하는 자원과 시간 그리고 브랜드 육성의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보다, 검증된 브랜드를 인수 혹은 라이센싱하는 것이 빠르고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후발 주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셈이다.

TCL의 교훈을 따른 대표적인 사례는 레노보이다. 2014년 1월, 레노보는 구글로부터 모토롤라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모토롤라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중남미에 탄탄한 사업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휴대폰 시장은 ‘원조’ 기업이다. 최근에는 모토 시리즈를 출시해 인도 중저가 시장 공략에 성공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 비중이 78%에 달하는 레노보에게 모토롤라는 해외 시장 기반을 단기에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인 셈이다. 2014년 3분기까지의 모토롤라 실적을 레노보에 더하면, 레노보의 중국 시장 비중은 52%로 낮아진다. 또한 매출수량 규모도 6,900만대 수준으로 4~5천만대 수준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게 된다.

모토롤라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샤오미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레노보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경쟁사인 화웨이와 ZTE가 각각 Honor, Nubia라는 온라인 브랜드와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성과를 내는 것과 달리, 레노보는 명확한 온라인 시장 대응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레노보는 모토롤라 카드를 온라인 시장에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모토롤라는 인도 온라인 시장을 활용해 성과를 창출한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모토롤라는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레노보의 온라인 브랜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 로컬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는 글로벌 유통 기업

앞에서 언급한 주요 기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로컬 강자들은 현지 유통 업체로 시작해 중국의 턴키(Turnkey) 솔루션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온 기업들이다. 따라서 대부분 기술이나 제조 관련 역량은 전무(全無)한 상태에서 시작해 사업 초기에는 브랜드와 애프터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후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자체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수순으로 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통 기반 로컬 강자들 중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은 중남미의 ‘아비오(Avvio)’와 브라질의 ‘미우(MEU)’이다. 이들 브랜드는 글로벌 휴대폰 유통(Distributor) 기업인 ‘브라이트스타(BrightStar)’의 휴대폰 브랜드들이다. 브라이트스타의 유통 기반을 활용해 중국산 저가 단말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남미 시장에서 이들 브랜드의 판매량은 2백만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대 휴대폰 유통기업으로 125개국에 걸쳐 유통 기반을 보유한 브라이트스타의 브랜드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2013년 브라이트스타가 소프트뱅크에 인수되면서 자체 휴대폰 브랜드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엿보인다. 소프트뱅크는 휴대폰 유통 기업(Distributor)인 브라이트 스타와 함께 미국의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를 인수했는데, 스프린트의 새로운 CEO로 브라이트스타의 CEO인 Marcelo Claure를 임명했다. 말하자면 ‘갑’의 자리를 ‘을’로 채운 셈인데, 단말을 통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이런 소프트뱅크의 전략 하에서 브라이트스타의 자체 휴대폰 브랜드가 어떤 성장 전략을 펼쳐나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소프트뱅크가 2014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하나의 사건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였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로 소위 ‘대박’을 치면서, 소프트뱅크의 다음 투자처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데, 소프트뱅크의 투자자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소프트뱅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도의 전자상거래 시장이라고 한다. 소프트뱅크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한 1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그 일환으로 인도 전자상거래 3대 업체 중 하나인 ‘스냅딜(Snapdeal)’에 6억 달러를 투자했다. 비슷한 시기에 브라이트스타는 인도 브하티(Bharti) 그룹의 IT 기기 유통기업인 ‘비텔(Beetel)’을 인수했다. 2014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소프트뱅크와 그 계열사인 브라이트스타가 인도의 온/오프라인 유통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브라이트스타의 새로운 스마트폰 브랜드가 인도 시장에 출시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만들어진 셈이다.

3. 숨은 성장의 이유

로컬 강자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특정 국가 내에서 의미 있는 경쟁 지위를 구축한 기업들이다. 바꿔 말하면, 지역적으로 숨은 기업들이다.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기업들은 지역적으로 숨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보와 오포, 원플러스의 사례는 지역적으로 숨는 데 그치지 않고, 의도적인 기업 분할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사업 규모를 축소한 사례이다. 이를테면 사업 규모의 관점에서 한 번 더 숨은 기업들이다. 티노 모바일과 브라이트스타, 그리고 폭스콘은 로컬 브랜드 뒤에 숨은 기업들이다. 로컬 브랜드 뒤에 숨었다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티노 모바일과 브라이트스타는 브랜드, 마케팅 등 시장 영역과 개발, 생산 등 기술 영역을 나눠 가치사슬 상의 분업으로 숨은 기업들이고, 폭스콘은 본격적인 완제품 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숨은 기업이라는 점이 다르다. TCL, 레노보의 사례도 브랜드 뒤에 숨은 기업이라는 점은 티노 모바일, 브라이트스타, 폭스콘과 유사하지만, 로컬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뒤에 숨은 로컬 기업이라는 점이 다르다.

(1) 경쟁 회피

이처럼 로컬 강자들은 기업의 본체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의 저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이 독일의 강소기업들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매출액 40억 달러 이하의 비교적 작은, 그렇지만 글로벌 혹은 지역 시장에서 Top 3 지위를 지속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한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헤르만 지몬의 말을 빌어서 휴대폰 시장의 로컬 강자들을 정의한다면, ‘글로벌 관점에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해당 국가 시장에서 점유율10% 이상의 지위를 구축한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독일의 강소기업들은 왜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틈새 시장에 타게팅하고, 휴대폰 시장의 로컬 강자들은 글로벌 관점에서 드러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일까? 일반인에게 잘 알려졌다는 것은 극심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틈새 시장에서 중소기업에게 의미 있는 수준의 수익을 지속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해도 과도한 수익을 거두려 하지 않는다. 과도한 수익은 경쟁을 불러오고, 경쟁은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지속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시장의 로컬 강자들이 애써 숨으려 하는 것도 독일 히든 챔피언들과 마찬가지로 경쟁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부터 급격히 성장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면 대형 선도 기업들의 주목을 피하기 어렵다. 마치 샤오미가 중국에서 급격히 성장해 창업 4년만에 1위에 오르고, 인도를 비롯한 주변 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면서 에릭슨, 화웨이, ZTE로부터 특허 공세의 대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제까지나 경쟁을 회피할 수는 없겠지만, 경쟁을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키울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은 중소기업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2) 분업을 통해 강점을 극대화

하지만 로컬 강자들의 숨은 성장이 경쟁을 회피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티노 모바일과 브라이트스타의 ‘분업’ 전략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티노 모바일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위코와 플라이 등 파트너 브랜드들은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의 개발, 생산, 마케팅, 영업 등 가치사슬 전반을 통합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그러나 기술 영역에 해당하는 개발, 생산과 시장 영역에 해당하는 마케팅, 영업이 요구하는 역량은 매우 다르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이처럼 상이한 역량을 모두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투자를 한다고 해도 글로벌 기업과 같은 역량을 갖출 가능성도 낮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설픈 통합보다는 확실한 분업이 바람직한 선택이다. 글로벌 선도기업의 방식과 게임룰을 무턱대고 따라 해서는 이길 수 있는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업은 후발 중소기업이 글로벌 선도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룰인 셈이다.

분업이 가져오는 첫 번째 효과는 진입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휴대폰 시장에서는 브랜드 기업이 마케팅과 영업은 물론 개발과 생산까지 해야 했다. 가치사슬을 수직 통합한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기술과 규모의 경제를 갖춘 외부 솔루션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프로세서 업체가 제공 하는 턴키 솔루션과 디자인 하우스 파트너십 등을 통해 기술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분업의 두 번째 효과는 간접적인 규모의 경제 효과이다. 과거 피처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던 노키아의 경우, 4억대가 넘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고가 시장에서 저가 시장까지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노키아 스스로가 만든 직접적인 규모의 경제 효과인 셈이다. 중소기업이 직접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다고 하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최근 휴대폰 시장에서는 미디어텍이 턴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티노 모바일과 같은 디자인 하우스가 반제품 혹은 완제품까지 개발, 생산해서 공급해주고 있다. 미디어텍은 2014년 3억 5천만개의 프로세서 매출이 예상되고, 티노 모바일은 약 5천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프로세서 업체의 턴키 솔루션, 디자인 하우스와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경쟁 가능한 수준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간접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분업의 세 번째 효과는 로컬 시장에 대한 이해(Insight)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기업 안에 서로 다른 시장 역량과 기술 역량을 보유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다양한 시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대형글로벌 기업들에게도 각 시장의 서로 다른 니즈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이라고 해서 유럽 혹은 인도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런 의미에서 티노 모바일과 로컬 강자들의 파트너십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티노 모바일은 각 국가 시장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로컬 강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연스럽게 로컬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면서 조직과 인력을 구축하고, 시장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쓰는 사이에, 티노 모바일은 시장을 잘 아는 파트너를 물색하는 셈이다.

분업의 네 번째 효과는 가볍고 빠른 실패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전략 모델의 성과가 부진해서 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사례는 과거 모토롤라의 레이저폰(RAZR) 이후에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고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에 전력투구했지만, 극심한 경쟁으로 철수하는 경우도 드문 사례가 아니다. 수직통합 기업은 성공의 성과도 크지만, 실패에 따른 비용도 크다. 이에 반해 파트너십으로 연결된 분업은 보다 가볍고 빠른 실패가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는 사업 철수가 아니라,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는 일이다. 제품 개발에, 유통망 구축에 들어간 비용에 연연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빠른 의사결정도 가능해진다.

(3) 소비자의 브랜드 인식 제고
브랜드 뒤에 숨은 기업의 첫 번째 유형은 TCL, 레노보와 같은 멀티 브랜드 전략이다. 인지도 높은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 혹은 라이센싱해서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혹은 중국 브랜드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숨기는 방법이다. 휴대폰 시장에서는 TCL이 프랑스의 알카텔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중국에서보다 유럽, 중남미 등 해외에서 성공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레노보가 모토롤라를 인수한 것도 TCL의 멀티 브랜드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브랜드를 투자하는 것보다 검증된 브랜드를 인수 혹은 라이센 싱하는 것은 투자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인지도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로컬 브랜드 전략이다. 신생 브랜드이지만, 로컬 브랜드라는 점을 부각시켜 로컬 소비자에 대한 친화력을 높이고, 기업의 본체는 로컬 브랜드 뒤에 숨기는 방법이다. 티노 모바일이 로컬 강자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 특히 자회사인 위코를 프랑스의 로컬 브랜드로 포지셔닝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티노 모바일과 유사한 사례로 아프리카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테크노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파트너 브랜드가 아니라 중국 기업의 자체 브랜드이지만, 나이지리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시장에만 집중함으로써 로컬 소비자에 대한 브랜드 친화력을 높인 사례이다. 브라이트스타가 중남미 시장 브랜드로 아비오를 운영하면서도 브라질 시장용 브랜드로 미우를 별도로 출시한 것도 대형 시장인 브라질 소비자에 대한 친화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거리를 벌리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샤오미와 같은 혁신적인 온라인 브랜드 이미지를 새로 구축하기 위해 오포가 설립한 원플러스이다. 기존 오포 브랜드와는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기업을 세운 것이다. 이처럼 별도의 온라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이미 새로운 일이 아니다. 중국 온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Honor, ZTE의 Nubia, 지오니의 IUNI 등이 원플러스와 같은 사례이다. 최근에는 인도 온라인 시장에서도 마이크로맥스가 Yu Televentures라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고, 온라인 전용 ‘Yu’ 브랜드와 유레카(Yureka)라는 온라인 전용 모델을 출시하는 등 중국 온라인 시장과 유사한 전략이 재현되고 있다.

폭스콘의 스마트폰 브랜드 인포커스(InFocus)도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폭스콘의 생산 전문기업(EMS) 이미지와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인포커스 브랜드를 라이센싱하는 형태로 폭스콘의 이미지를 숨긴 것이다.

4. 향후 전망

스마트폰의 발전 속도가 둔화되고, 중저가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기타(Others)’ 기업이 성장하고, 시장의 꼬리가 길어지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타 기업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은 근소한 차이로 경쟁하고 있는 3위권 업체들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고, 2~3년 내에는 옥석이 가려지는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3위권 업체의 경쟁 심화는 자연스레 선도 업체에 대한 도전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처럼 선도 업체와 후발 업체의 차별화 격차가 줄어든 상황에서 3위권 업체들의 치열한 도전은 선도 업체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기타(Others) 기업’의 성장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와 같이 선도 기업의 전략과 사업방식을 벤치마킹하는 데만 주력하고, 기타 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무관심하다면, 예상하지 못한 변화에 흔들리는 상황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기타 기업의 성장이 가져오는 잠재적인 위기의 첫 번째 유형은 숨은 기업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비보와 오포 그리고 원플러스가 하나의 대형 기업으로 통합되어 시너지를 본격화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티노 모바일이 위코에 투자한 것처럼, 다른 로컬 강자 기업들과 파트너십 이상의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며 티노 모바일 연합군이 등장하는 상황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이다.

아울러, 폭스콘이 전면에 나서서 대만이라는 작은 시장을 벗어나 중국, 인도 등 대형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폭스콘 부품 계열사의 지원에 온라인 사업모델을 더한다면 또 하나의 샤오미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브라이트스타의 경우에도 단순히 여러 로컬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ODM 기업 혹은 디자인 하우스와 전략적 관계를 맺고 본격적인 휴대폰 경쟁 기업으로 등장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새로운 경쟁 기업의 등장뿐만 아니라, 이들이 가져오는 새로운 사업모델과 게임룰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선, 티노 모바일과 로컬 강자들의 파트너십 모델의 확산가능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파트너십 혹은 분업 모델은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대형 선도 기업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세계에는 주목할만한 로컬 기업이 50여개에 달하고, 중국에는 역량 있는 디자인 하우스들과 ODM 기업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들이 만들 수 있는 파트너십의 조합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또한, TCL과 레노보가 보여준 멀티 브랜드 전략이 새로운 경쟁 트렌드로 부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미 중국과 인도에서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와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온라인 시장 공략의 기본 요건처럼 인식되고 있다. 브라이트 스타의 경우에도 브라질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하며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한편, 티노 모바일은 파트너십을 통해 멀티 브랜드와 유사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고, 의미 있는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샤오미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육성하는 일이 예전처럼 힘든 일만은 아니다.

이처럼 휴대폰 시장의 경쟁구조 변화는 생각하지 못했던 유형의 위험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샤오미의 사례에서 보듯이 새로운 변화는 성장과 진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따라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장의 보다 낮은 곳, 보다 작은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향후 휴대폰 시장 변화의 진앙지는 시장의 머리가 아닌, 꼬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LG경제연구원 배은준 책임연구원, 홍일선 책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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